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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60%, 중국이 40% 점유한 '천지'를 비롯해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으로서 신비함과 신성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 호서대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우리들의 백두산으로 / 신선한 겨레의 숨소리 살아 뛰는 백두산으로 /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만주벌판 말을 달리던 / 투사들의 마음의 고향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백두산'(윤민석 작사/곡)

노랫말 그대로 신비한 천지와 기상천외한 봉우리, 절벽을 휘갈기는 폭포를 품고 있는 백두산은 생각만으로도 숨소리를 가쁘게 만든다.

멋진 경관과 숱한 이야기를 지닌 백두산은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백두산으로 찾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백두산을 쉽고 편하게, 그러면서도 알차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호서대학교가 다음소프트와 손잡고 2006년 초 개발한 디지털 콘텐츠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백두산의 사계절 풍경을 한 데 모아 보여준다. 특히 백두산에 얽힌 신화, 전설, 민담, 역사 이야기에 시청각자료를 곁들여 흥미진진하다. '만주 벌판 말을 달리던 투사들의' 가슴을 뛰게 했을 법한 음악과 화면을 담은 동영상도 눈과 귀를 모은다.

사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일정 금액의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백두산에 관심 있는 개인은 비상업적인 목적이라면 이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설화, 사진 자료, 문헌, 음악 등 다양한 자료 수록

백두산은 어떤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까.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에서 콘텐츠 개발을 총괄한 호서대 문화프로듀서센터장인 정경훈 교수를 만났다.

"백두산에는 고조선의 단군, 고구려의 주몽, 청산리의 김좌진과 독립군,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김일성 등 유구한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어요.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 백두산 천지의 북쪽 모퉁이가 확 트이면서 생겨났다는 '이도백하'에 얽힌 이야기를 플래시로 구현한 모습.
ⓒ 호서대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다양한 메뉴로 구성돼 한 눈에 백두산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게 해 준다.

설화에서 찾아낸 시나리오 소재만도 50여 가지에 이르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시나리오가 현재 20가지다. 여기에다 3천 장이 넘는 사진 자료와 문헌을 바탕으로 구현한 플래시애니메이션이 10가지다. 백두산에 근거해 만들어진 연변, 북한, 러시아 등의 원천 음악 자료와 이를 현대적 흐름에 맞게 편곡한 자료들도 상당수 들어 있다.

이 콘텐츠는 백두산과 관련해 산업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수준이다. 정 교수는 "힘들게 구한 오래 전 원천 음악자료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며 "더구나 편곡 자료들은 지금 바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잘라 말했다.

동아시아 역사 화해의 기틀로 활용할 수도

정 교수는 국내에서 방영되는 고구려 관련 사극에 무시할 수 없는 악재들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판단은 백두산 콘텐츠를 힘들게 개발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백두산이 북한과 중국으로 나눠져 있어, 부득이 중국의 백두산 자료를 중심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나마 동북공정이 불거지기 전에 자료를 수집해서 다행이지, 지금은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접근할 수도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방송사들이 고구려를 앞세워 중국 정부를 자극하는 모습은 우려스럽습니다.

반면 백두산 콘텐츠는 우리 시각을 내세우더라도 북한, 중국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봐요. 우리는 백두산으로 부르고 중국은 장백산이라 부르는 차이가 있지만,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영험한 산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요. 콘텐츠로 서로 협력할 때 동북공정이든 역사문제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남북한과 중국을 잇는 문화콘텐츠 매개물로서는 백두산이 최고며, 역사 문제를 정공법으로 공략하는 것도 좋지만 콘텐츠 협력을 주도해 분위기를 우리 쪽에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정 교수는 백두산 콘텐츠를 만들 때 일본의 후지산 등 동아시아 각국에서 대표적인 영산으로 꼽히는 산들의 이야기도 함께 녹여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백두산 콘텐츠가 한국의 명산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중국의 화무란 설화에서 탄생한 뒤 미국의 디즈니사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뮬란>처럼 백두산 콘텐츠도 보편성을 지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처럼 각국에서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화콘텐츠는 동아시아 역사 화해의 기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지매·미인송숲·관일봉… 이야기의 보고, 백두산

▲ 이도백하에 있는 미인송숲(송풍라월)은 비극적인 주인공인 '송풍'과 '라월'의 사랑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 호서대
'백두산'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던 김윤경 연구원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봉우리 하나, 식물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게 백두산이에요. 산삼과 만병초 이야기나 소천지에 대한 것, 봉우리로 변해 신격화된 장군 같은 이야기에는 기백, 강인함, 장군다움, 신념 등이 담겨 있어요. 이는 민족정신으로 다시 도전, 열정, 예술성, 감성 등으로 표현할 수 있고요."

백두산 서쪽에 위치한 '관일봉'도 설화를 품고 있으며 이는 호서대의 디지털 콘텐츠에서 현대적 시나리오로 재탄생했다.

옛날 외적의 침입에 맞서 백두산을 지키던 곽 장군에 얽힌 이 이야기는, 위기에 처한 수달이 곽 장군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알고 보니 천지용왕의 딸이었던 수달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해가 한 번 솟으면 진지를 지키고, 해가 두 번 솟으면 진지 부근에서만 싸우고, 해가 세 번 솟구치면 적들을 족쳐 우두머리를 베어야 한다'고 곽 장군에게 싸움의 비책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들은 곽 장군이 해돋이를 살피고 외적을 물리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관일봉'에 전해진다.

이 외에 백두산 천지의 북쪽 모퉁이가 확 트이면서 생겨난 '이도백하'는 가뭄을 극복할 강을 바라는,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소년의 청을 옥황상제가 들어주면서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또한 이도백하에 있는 '미인송숲(송풍라월)'은 비극적인 주인공인 '송풍'과 '라월'의 사랑 이야기에서 비롯되는 등 백두산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한다.

'이도백하'와 '미인송숲'은 이번 디지털 콘텐츠에서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정 교수는 무궁무진한 백두산 이야기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그 중 사람들에게 익숙한 '일지매 일대기'를 특별히 주목했다. '일지매 설화'를 현대적 시나리오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설화에 따르면, 일지매는 조선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7살 때 백두산에 들어가 수련했어요. 백두산의 정기를 받고 자란 일지매가 스무 살이 되어 백두부터 한라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낭만적이기까지 한 매화꽃 표창이 그가 수련하던 백두산에서 비롯된 것이나, 일본 사무라이를 징벌하는 장면 등으로 볼 때 일지매를 아시아 최고의 자객으로 조명할 수 있어요."

북한, 백두산 자료의 디지털 콘텐츠화에 적극 나서주길

▲ 백두산에 깃든 기백, 강인함, 장군다움, 신념 등은 백두산 호랑이로도 대변될 수 있지 않을까?
ⓒ 호서대
백두산 콘텐츠는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극영화, 공연예술 등 산업분야에 시나리오와 시청각자료를 창작소재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역사·문학사적 자료를 근거로 중국과 북한 전문가의 고증을 거쳤다.

하지만 정 교수는 자료의 완성도 부분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처음에 자료를 수집·정리한다고 했을 때, 북측 관계자들이 격려해주면서도 많이 아쉬워하며 부러워했어요. 함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는 중국 자료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남북이 함께 연구하고 산업합작 등을 했으면 좋겠어요."

백두산을 학술적으로 많이 연구한 북측에서 그 자료를 디지털 콘텐츠로 만드는 데 적극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 교수는 이어 "박서성 연변가무단 단장과 '백두산 전설과 백두산이야기' 자료를 협조해 준 리정철·최룡관 등 많은 이들의 도움이 콘텐츠에 녹아 있다"며 "민족의 자존심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남과 북이 백두산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천지는 북한이 60%, 중국이 40% 점유

백두산은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북서부와 중국의 만주 국경에 자리하고 있으며 백두대간과 중국 장백산맥에 속하는 산 가운데 최고봉이다. 남서쪽으로 압록강, 북동쪽으로 두만강이 시작된다.

천지를 비롯해 해발 2000m가 넘는 곳에 펼쳐진 평원, 봉우리, 리명수폭포를 비롯한 여러 폭포, 야생화군락, 천지 일출, 삼지연 호수 등 이름난 곳을 가득 품고 있다.

천지는 북한이 60%, 중국이 40%를 점유하고 있다. 수면에서 2257m 위에 있는 천지는 둘레만 18.7㎞에 달한다. 가장 깊은 곳은 384m로 세계 최고의 수심을 자랑한다.

천지 동쪽에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2750m)을 시작으로 향도봉(2712m), 해발봉(2719m), 쌍무지개봉(2626m) 등이 있으며 중국 쪽으로 백운봉(2691m), 청석봉(2662m), 차일봉(2596m) 등이 있다. 이러한 봉우리는 모두 16개.

이름난 폭포도 많다. 15m 높이에 27m의 폭을 자랑하는 리명수폭포는 5개 물줄기 사이로 지하수가 솟아 흘러내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가장 높은 백두폭포는 해발 2200m에서 18m 높이로 떨어지다. 그밖에 높이 40m의 백두밀영폭포 등 백두산의 폭포는 모두 60여 개.

-호서대 '민족의 영산, 백두산' 자료 중에서

덧붙이는 글 |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의 ‘민족의 영산, 백두산’ 콘텐츠 자료 열람
http://backdoo.culturecontent.com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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