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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화백자철채산형필세(靑華白磁鐵彩山形筆洗)> 조선 19세기, 높이 11.5㎝ 가로 20㎝,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강산의 험준한 산세를 묘사해 산봉우리가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준다. 붓을 빠는 본래의 기능뿐 아니라 관상용으로도 쓰인다.
ⓒ 국립중앙박물관

다음 중 금강산을 ‘겨울’에 부르는 이름은?
①금강산 ②봉래산 ③풍악산 ④개골산

학창시절 한 번쯤 접해 봤을 법한 문제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가 없어 웃기지도 않는다. 도대체 사계절 이름을 외우는 것하고 금강산을 아는 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금강산을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뱃길과 육로 관광길이 열려 있어도 금강산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디지털콘텐츠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애니메이션 등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위드프로젝트가 내놓은 ‘천하명산, 금강산’ 콘텐츠는 금강산을 한 눈에 보여준다.

▲ ‘강생’이 신선들의 바둑놀음을 구경하는 것(왼쪽)과,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를 나타난 삽화.
ⓒ (주)위드프로젝트
콘텐츠는 금강산에 담긴 설화를 한데 모았다. 지역(해금강, 외금강, 내금강 등)과 유형(봉우리, 계곡, 폭포 등) 그리고 내용(효성, 선악, 탐욕 등)에 따라 정리한 설화는 상팔담, 만물상, 구룡폭포, 명경대, 영원암, 장안사 등 금강산 곳곳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관련 설화만도 수 백 가지.

콘텐츠 개발을 지휘한 박수현 기획실장은 “문화산업 분야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창작소재를 제공하는 데 콘텐츠 개발의 의미가 있다”고 전제한 뒤, “금강산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해석한 결과물은 전통문화·고전문학·한문·지리 등 여러 분야에서 교육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 말대로 지식산업시대의 경쟁력은 얼마만큼 좋은 창작소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강원대 김풍기 교수가 쓴 <조선시대 금강산유기> <한시로 떠나는 금강산기행>과 강원도청 문화예술과의 <강원의 설화 I,Ⅱ>, 70차례나 금강산에 오른 전문 사진작가 이정수의 <금강산의 사계> 등의 자료를 해석한 콘텐츠 가치는 크다.

상팔담, 만물상, 구룡폭포, 명경대... 금강산은 설화의 보물창고

▲ 선녀들이 귀신들의 방해 없이 만물상에 내려와 놀 수 있도록 신선들이 만들어 줬다는 ‘귀면암’의 여름 사진.
ⓒ 이정수
콘텐츠 메뉴는 설화를 한데 모은 ‘설화데이터베이스’, 금강산의 절경을 보여주는 ‘갤러리 및 박물관’, 시나리오와 2D 3D 캐릭터로 구성된 ‘콘텐츠', 설화를 플래시애니메이션과 설화지도로 보여주는 ‘시작품’ 등으로 구분해 금강산을 다양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살펴본다.

‘상팔담’은 외금강 구룡폭포 위에 있는 크고 작은 여덟 개의 소(沼)를 말하는데 옛날에 금강산 팔선녀의 목욕터였다는 설화가 전한다. 상팔담은 구룡폭포로 흘러내리는 물길의 폭이 좁고 깊게 패인 폭호(瀑壺, 담·소·탕 등은 지형학 용어로 폭호에 해당)로 구룡동 위골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만물상’은 온정령을 따라 오르다가 육화암을 지나면 나타나는 골짜기를 일컫는다. 귀면암, 삼선암, 절부암, 안심대, 망장천, 만물초, 하늘문, 천선대, 천녀화장호, 망양대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기암괴석과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만물상은 세상만물의 모형을 모두 한곳에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라 붙여졌다.

‘구룡연’과 ‘구룡폭포’에는 맹인, 앉은뱅이, 귀머거리 이야기가 전한다. 장애를 고치기 위해 금강산 신계사에서 불공을 드리던 이들은 어느 날 계곡을 오르다 지축을 울리면서 오색무지개를 걸치고 나타난 거대한 폭포를 만난다.

놀라운 광경에 감탄을 한 나머지 귀머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앉은뱅이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안타까워하던 맹인은 폭포가 궁금해 눈을 비볐더니 눈앞에 보였다. 장애인들을 완쾌시킬 만큼 구룡연과 폭포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는 이야기이다.

금강산 1만 2천 봉우리가 다 차서 못 간 ‘울산바위’

▲ 장애인들을 완쾌시킬 만큼 아름다웠던 ‘구룡폭포’의 여름 사진.
ⓒ 이정수
밝은 거울을 상징하는 ‘명경대’에는 부지런히 일만 하던 석봉만이 죄 없이 저승에 끌려갔다 온 이야기가 전한다. 열 명의 대왕이 명경을 앞에 놓고 석봉만의 일생을 본 후, “명부에 잘못 기재되어 잡혀왔으니 어서 인간 세계로 돌아가도록 하여라”고 해서 인간 세상에 와서 정신을 차려보니 명경대 앞이었다는 것이다.

‘영원암’은 영원 스님이 탐욕스러웠던 스승인 명학 스님을 옥동자로 환생시킨 후, 그 아이가 도를 깨우치도록 도우며 머물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장안사’에는 신라를 정벌한 고려의 낙랑공주와 나라를 잃은 신라 마의태자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고, 장안사 북쪽 산마루에는 마의태자를 안심시켜 태조 왕건으로부터 목숨을 건져 준 낙랑공주를 기리는 ‘안심암’이라는 절이 남아 있다.

한편, 설악산의 ‘울산바위’ 등 여러 곳의 바위가 금강산으로 가다가 멈춘 이야기는 재미나다. 다름 아닌 금강산에 할당된 1만 2천 봉우리가 다 차 버렸기 때문. 이 이야기에는 금강산을 향한 민중들의 염원이 묻어있는데, 이처럼 인간의 상상력이 자연의 위대함과 조화를 이뤄 설화의 보물창고인 금강산을 만들어 냈다.

박 실장은 “금강산은 많은 신선과 선녀들이 산과 계곡에 내려와 노닐었고, 중국 진시황이 불로장생약을 구하기 위해 선남선녀를 보냈으며 각종 짐승들이 금강산에 빠져 돌로 변한 곳”이라며 “옥황상제조차도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잊고 금강산의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짐작하게 하고도 남는다”고 금강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금강산을 알다 보면 통일의 디딤돌도 놓을 수 있다

▲ 팔선녀의 목욕터라는 설화가 전하는 ‘상팔담’의 여름 사진.
ⓒ 이정수

수많은 금강산 설화들이 손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가깝고도 먼 북한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실장은 이와 관련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휴전선을 거쳐 현지답사를 갔지만 북한에서의 체류기간과 촬영제한, 기타 자유롭지 못한 여건 때문에 북측의 금강산 관련 연구자료를 많이 확보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커요. 기회가 되면 남북이 함께 연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박 실장은 이어 “통일을 앞당기려면 우리가 북한의 사정을 알려고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세계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설화를 많은 사람들이 알고 북녘 땅을 밟는다면 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콘텐츠로나마 금강산을 만나다 보면 통일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드프로젝트는 현재 미국과 유럽시장 진출을 목표로 ‘선녀와 나무꾼’ 등 금강산 관련 설화를 각색해 10분 짜리 52편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도 개발하고 있다. 힘들게 개발한 금강산 콘텐츠가 1만 2천 봉우리에 담긴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는 나팔수 역할을 하길 바라본다.

▲ 세상만물의 모형을 모두 한곳에 옮겨 놓은 듯한 ‘만물상’의 겨울 사진.
ⓒ 이정수

금강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 <금강산십곡병풍(金剛山十曲屛風)> 필자미상, 19~20세기 초, 견본수묵담채, 각 폭 119.2×32.4㎝. 장면은 오른쪽부터 내금강 전경, 불정대, 장안사, 은선대, 보덕암, 환선정, 단발령망금강, 구룡연, 명연담, 만폭동 순.
ⓒ오죽헌시립박물관

봄 - 금강산(金剛山) 태양에 빛나는 아침이슬 모습이 보석인 금강석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불교 경전 <화엄경>에 기록된 "이 세상 팔금강 중 하나가 해동조선에 출현했고, 그곳에 보살이 머문다"에서 생겨난 이름이라고 한다.

여름- 봉래산(蓬萊山) 계곡과 봉우리에 짙은 녹음이 깔려 신록의 경치를 볼 수 있다고 붙은 봉래산은 도교의 신선사상이 담긴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불린다. 금강산을 봉래산, 방장산(方丈山)을 지리산, 영주산(瀛州山)을 한라산이라 하여 삼신산에 비유했다.

가을 - 풍악산(楓嶽山) 산이 붉게 불탄다 해서 붙여진 풍악산은 봉우리와 단풍나무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색채미의 절정을 이룬다.

겨울 - 개골산(皆骨山)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 나무와 바위의 구석구석을 뼈처럼 보여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다른 말로 눈 덮인 산, 설봉산(雪峰山)이라고도 불린다. / 최육상

덧붙이는 글 | ㈜위드프로젝트의 ‘천하명산, 금강산’ 콘텐츠 자료 열람
http://gumgang.culturecontent.com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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