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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2012.02.22 14:47:57
조회: 3112   추천: 9   댓글: 0
[사진이 들려준 말!]

이 쌀 한 포대가 큰 일을 했답니다.

두어 달 앞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저희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얼굴이긴 한데,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너무나 깡마른 모습에 허름한 옷차림, 그리고 얼굴은 모진 짐을 다 짊어진 듯, 몹시 지쳐있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어요.

"아직도 여기 근무하시네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아 네. 그런데 누구시지요? 낯이 익은데 누구신지..."
"제 꼴이 말이 아니지요? 저, 몇 년전에 요 앞에 마트하던 사람이에요."

그제야 생각이 났어요.
벌써 한 6년쯤 되었지 싶네요.
그때 매장도 꽤 크고 장사도 잘 되던 마트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문을 닫고 가게 주인이 바뀌었지요.
나중에 들은 소식으로는 아내가 위암으로 수술을 받고 아파서 가게를 그만 두었다는 얘기만 들었지요.

그뒤로 한 번도 만난 적도 없었고, 또 그들 부부의 소식조차 듣지 못했어요.
그랬는데, 두어달 앞서 아내가 사무실로 나를 찾아왔던 거였어요.

그때 사정 얘기를 들으니, 참으로 딱하고 어이가 없더군요.
그때만 해도 꽤나 잘 나가던 사장님 사모님이었는데,
위암 수술 받고 가게를 그만 둔 뒤로 살림살이가 너무나 궁핍해졌다고 하더군요.

가게를 하면서 이리저리 대출받았던 것도 있고, 수술을 받으면서 사채까지 끌어다 쓴 일 때문에 집안 살림살이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해요.

지금 현재 남편은 막노동 일을 하고 있고, 아내도 아픈 몸을 이끌고 식당일을 하고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했어요. 두 사람이 일은 하고 있지만, 사채업자들한테 시달리는 일이 너무 잦다 보니, 부부가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렸고, 날마다 사는 게 지옥이라고, 아이들만 아니라면 정말 죽어버리고 싶을 때가 너무 많다고 했어요.

사정 얘기를 들으니 너무나 딱하고 안타깝더군요.
그날 나를 찾아왔을 때에도 식당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차비도 한 푼 없고, 당장 날마다 찾아오는 사채업자한테 단 몇 푼이라도 쥐어줘야 한다고 염치는 없지만 나한테까지 찾아오게 되었다고 그동안의 일을 얘기해주더군요.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그 힘든 일을 날마다 겪어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지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나또한 넉넉치 않은 사람이라서 그때 지갑에 있는 대로 몇 만원을 쥐어주며 밥이라도 사먹고 차비라도 하라며 헤어졌지요.

그 뒤로는 저도 잊고 살았는데,
오늘 오전에 또 나를 찾아왔더군요.
그때 그 모습과 똑같은 모습으로 집에 쌀이 떨어져서 며칠 동안 밥도 못먹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내일 김천에 있는 법원으로 가서 판사 앞에서 재산현황 같은 걸 얘기를 해야한다더군요.
몇 번을 미루었는데, 내일 가지 않으면 20일 동안 구류를 살아야한다고 했답니다.

아무튼 그렇게 딱한 사정을 안고 두 번째 나를 찾아왔는데,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아프더군요. 개인파산신청이라도 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보라니까, 법무사에 알아보니, 40만원 정도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하루하루 때꺼리도 없어서 허덕이다 보니, 그것조차도 마련을 못한다고 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나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내 처지도 그리 넉넉치 못하여 마침 사무실 사장님이 오시기에 사정 얘기를 했지요.

딱한 사정 얘기를 듣던 사장님이 사무실에 있던 쌀 한 포대와 지갑에서 10만 원을 꺼내주었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개인파산신청 할 때, 영 사정이 안 되는 것 같으면 나라도 그 돈 대줄테니까 그렇게라도 정리를 해보세요."

울 사장님 말을 듣고 울컥~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사람 일이야 참으로 모르는 일이더군요.
몇 해 앞서만 해도 그렇게나 잘 나가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그렇게나 힘든 상황이 되어 하루하루 때꺼리를 잇고 살기에도 힘겨운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에요.

아무튼 사장님이 주신 쌀 한 포대와 돈 10만 원을 받아들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한참을 울다가 갔답니다.

여자 혼자 몸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의 딱한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기도 했고, 또 우리 사장님 따듯한 마음씨에 참 감동을 많이 받았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먹는 이들이 있다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프네요.
없는 사람들도 먹는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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