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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2010.03.26 10:17:51
조회: 29484   추천: 73   댓글: 0
영국 유학생, 김밥집에 갇힌 사연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어느 장면이 생각납니다.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집을 부숴버리는 장면입니다. 바로 몇 시간 전, 비슷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다가 이번에 일이 있어 잠깐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자주 갔던 김밥집(서울 종각역 근처)에 아침식사를 하러 갔는데 갑자기 몇몇 사람이 식당에 들어오더니 법원에서 왔다며 집기를 들어내려고 했습니다. 식당 사장님과 법원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이어졌고 이윽고 몸싸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던 저는, 조금씩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재개발 문제, 그리고 대책없이 세입자를 쫓아내려는 그 누군가들.

사장님은 입구에 드러누우면서 필사적으로 법원강제집행을 막으려 하셨습니다. 직원들은 저더러 나가라고 했지만, 저는 여기서 식사를 해야겠다며 버텼습니다. 제가 버티고 있으면 혹시나 집행이 연기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집기를 들어내려는 법원 쪽과 식당 쪽 사이에 몸싸움이 점점 커져갔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이 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해도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법원 직원들은 왜 나가지 않느냐며 제 가방을 내팽개치면서 저를 억지로 끌어내려 했고 그래도 저는 버텼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오마이뉴스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단말기 문제로 전화기를 사용할 수 없는 저는 식당집 아드님 휴대전화를 빌려 오마이뉴스에 제보를 했다가 엄지뉴스에 관한 걸 듣게 되어 다시 전화기를 빌려 급하게 사진을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아드님이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뉴스로만 보던 재개발 문제, 대책없이 쫓아내려는 '있는' 사람들, "재판에서 이겼어야지" 하며 강제로 집행하려는 법원직원, 이를 목숨을 걸고 온몸으로 막으려는 힘없는 사람들... 말로만 듣던 그 장면들을 오늘 아침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손님이 있는데도 집기를 들어내며 (손님인) 저를 쫓아내려던 법원직원/용역들. 대책없이 무조건 나가라는 법원 쪽에 온몸으로 버텨내는 사람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김밥>, 오늘 아침 처참히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온몸으로 막아섰던 식당 사장님 가족분들과 철거민협의회분들의 거센 항의에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저는 대략 7시 50분에서 9시까지 식당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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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8 오후 4:46:13 54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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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예비군 ㅋ
2009.03.28 오후 10:31:21 40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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