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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논술인가

2008학년도부터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 합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논술을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과 수능 그리고 논술)이라고까지 불리는 논술로 우리 아이들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요?

수능을 믿지 못하는 몇몇 대학에서 변별력을 기르기 위한 수단으로 단순히 논술 시험을 치르는 것이겠습니까?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은 사회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사회는 지식근로자가 되어야 살아가는 사회, 멀티플레이어를 요구되는 사회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흔히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합니다. 지식정보화사회란 지식과 정보가 돈이 되는 사회라는 말입니다. 웬만한 지식과 정보는 이미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인터넷에 널려 있는데 지식과 정보가 어떻게 돈이 될 수 있는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인터넷 속에 있는 지식과 정보는 돈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 이미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내가 가공하여 나만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로 다시 만들어야 내어야만 돈이 됩니다. 앞으로는 남과 같아서는 살아갈 수 없는 개성의 시대이기에 창의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지 우리 교육이 고민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논술의 목적은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기르는 것

창의력을 길러주는 기초가 바로 논술이기 때문에 논술이 도입되었다고 봅니다. 논술의 목적은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길러주기 위함입니다. 통합적인 사고능력이란 말 그대로 인문과 자연, 동양과 서양 그리고 현대와 고전 등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고, 논리적인 서술능력이란 앞뒤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주장과 근거를 갖추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점이 지난날의 논술과 차이입니다. 지난날의 논술은 주제를 하나 주고 그 주제에 따라 글을 늘려 가는 단순한 글쓰기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논술은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두 자료를 주고 그것을 하나로 엮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이 바로 멀티플레이어라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논술에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사교육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와 공교육을 마구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논술 준비를 외부 기관에 맡기고 있으며, 아이들은 그 비용도 만만치 않게 부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술을 왜 하는지 그리고 논술이라는 교과목의 특징을 조금만 헤아려보면 사교육으로 논술이 해결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교육으로는 논술을 해결하지 못한다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기르는 데는 독서가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의 아이들이 독서를 바탕으로 논제에 맞는 논술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사실 대학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출제하지 않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학에서 출제되고 있는 대개의 논술 문제는 충분한 지식을 담은 내용을 길게 주는 자료제시형입니다. 지문은 대부분 인문과 자연,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등으로 엮어져 있습니다. 지문과 지문을 하나의 축으로 읽어 낼 수 있는 힘, 논제와 지문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힘이 바로 통합적인 사고능력인 것입니다.

논리적인 서술능력이란 앞뒤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주장과 근거를 갖추는 능력을 말합니다. 앞뒤가 밀접한 관련을 지니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여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순간적인 기발함은 창의력이 아닙니다. 진정한 창의력은 치열함이 따르는 사고력의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기에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 사고능력은 창의력을 기르는 밑거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사교육이 논술에 도움을 주기가 힘든 것일까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제시된 두 문장은 서로 연관이 없거나 상반된 것처럼 보인다. 아래 진술문 (1)을 첫 문장으로 하고, 진술문 (2)를 마지막 문장으로 하여 창의성과 논리성을 갖춘 짧은 이야기를 완성하시오. (가톨릭대학교 2003학년도 수시2학기 정시 특별전형 면접 · 구술고사 출제 문제)

(1) 철수는 학교에서 모범생이다.
(2) 철수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였다.


먼저 두 문장을 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범생이 퇴학을 당한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관점을 철수에게서 찾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통합적인 사고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귀띔을 해가며 글의 흐름을 잡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사교육에서는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가며 수업을 받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면 누가 비싼 과외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사교육에서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기다려 주지 못하고 교사가 끼어들어 설명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사고력은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과외가 오히려 아이들을 망쳐 놓는 셈이 됩니다.

또 하나 논술은 이론이 아니라 실기라는 점입니다. 논술이 실기 중심의 교과라는 말에는 두 알맹이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직접 써야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논술의 알맹이입니다. 그런데 사교육에서는 교사가 직접 끼어들어 방향을 이야기 하고 틀을 잡아줍니다. 아이들은 거기에 맞춰 글을 쓰니 실제 입시에서는 창의적인 논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어떻게 논술에 다가설 것인가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논술을 쓰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논술이 정규 교과목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10~20회의 특강 형태의 수업으로서는 잔 기교만 길러줄 뿐이지 논술 교육의 목적은 이룰 수 없습니다.

또한 논술이 실기라는 점에서 논술에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논술에서 족집게 문제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족집게에 기대하는 것보다는 단계를 밟아 통합적인 사고능력과 논리적인 서술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어떻게 논술에 다가서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논술 어떻게 다가설 것인가>는 다음 기사로 올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왜 논술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나?>와 <논술 어떻게 다가설 것인가> 두 차례로 나누어 글을 싣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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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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