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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허르헉을 만들기 위해서는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양이나 염소 한 마리를 골라 내야합니다. 이곳에서 가축은 귀한 재산이므로 함부로 잡아 요리를 하지는 못합니다. 단지 좋은 손님들이 자신의 집을 방문했을 때 접대용으로 허르헉을 대접하지요.
ⓒ 푸른깨비 최형국
푸르른 초원을 말을 타고 마음껏 달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몽골에는 첫눈이 와서 대지를 감싼다고 합니다. 수없이 피어난 들꽃들 사이로 헤엄치듯 말을 타고 달리면 마음 속에 맺혀 있던 작은 티끌 하나까지 저 멀리 날아가는 듯합니다.

그런데 쉼 없이 달리다 보면 배가 고파지지요. 오늘은 몽골의 양, 염소고기 요리인 '허르헉'을 만드는 방법을 깜짝 공개합니다.

▲ 몽골에서 가축을 잡을 때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순간에 숨통을 끊어 놓습니다. 그것이 오랫동안 동물들과 함께 살아온 미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거의 피 한 방울이 새지 않는 상태에서 염소를 잡는 것이 신기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오랜 세월 유목생활을 하며 만들어낸 그들만의 노하우겠지요.
ⓒ 푸른깨비 최형국

▲ 숨통이 끊어진 후 내장을 정리하고 가죽을 벗겨냅니다. 이 가죽 또한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가혹한 몽골겨울을 버티는 좋은 옷감이 되기도 합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장작불을 피워 '초토'라고 하는 돌을 굽습니다. 초토는 몽골 초원의 자갈로 탄소 함유량이 높아 허르헉의 맛을 좋게 합니다. 이 초토가 빨갛게 달궈지면 그것을 고기와 함께 넣지요.
ⓒ 푸른깨비 최형국

▲ 이렇게 잘 다듬어진 고기를 ‘초토’와 함께 차곡차곡 쌓듯이 통에 집어넣습니다. 따로 외부에서 열을 가하는 방식이 아닌 내부의 돌 온도로 고기를 익히는 방식이지요.
ⓒ 푸른깨비 최형국

▲ 고기와 돌을 넣은 후 기본 양념인 소금을 뿌리고 몽골초원에서 나는 야생 파를 함께 넣습니다. 사진은 야생 파를 사용하기 쉽게 잘게 으깨어 말린 모습입니다. 거기에 감자와 당근을 비롯한 몇 가지 야채도 함께 넣지요.
ⓒ 푸른깨비 최형국

▲ 그리고 뚜껑을 덮고 통을 이리 저리 굴렸다가 고기와 양념이 잘 섞이면 압력밥솥처럼 김이 모락모락 새어납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지요.
ⓒ 푸른깨비 최형국

▲ 자! 이젠 개봉박두. 뚜껑을 열면 맛있게 익은 고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열을 가하지 않고서 이렇게 고기가 잘 익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정말 갈비찜처럼 확실히 익더군요.
ⓒ 푸른깨비 최형국

▲ 먹을 때는 큰 사발 가득 고기를 담아 넓은 초원을 보며 고기를 먹습니다. 조금 질기기도 하고 독특한 양념 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저에게는 꿀맛이 따로 없었습니다. 오랜 초원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지혜의 음식이기에 더욱 눈길이 가는 요리였습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고기를 익게 만든 '초토'라는 돌의 모습입니다. 이 돌을 꺼내서 손으로 만지면 신경통이 사라진다고 하여 통에서 나오자마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갑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덧붙이는 글 | 푸른깨비의 몽골문화 답사기는 총 10편으로 마상무예, 자연, 문화, 들꽃, 풍광, 생활 등으로 연재 될 예정입니다. 

최형국 기자는 무예24기보존회 마상무예단 '선기대'의 단장이며, 수원 무예24기 조선검 전수관장입니다. 중앙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으로 몸철학과 전쟁사 및 무예사를 공부하며 홈페이지는http://muye24ki.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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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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