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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의 라마불교 사원 안에는 동자승처럼 작은 아이들도 열심히 불경을 암송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도 위계 질서가 뚜렷이 존재해서 좌우로 누가 앉는지 구별해 놓고 있습니다. 그 신심 그대로 자라나서 좋은 라마승이 되었으면 합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몽골의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쉽게 눈에 띄는 것은 라마불교와 관련한 것들입니다. 라마불교는 티벳 불교가 몽골을 비롯한 네팔지방에 퍼진 불교의 한 분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마불교에서 '라마'는 덕이 깊은 승려 혹은 스승을 말하는데, 우리가 라마불교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라마불교의 수장인 '달라이 라마'라는 이름일 것입니다. 달라이는 '큰 바다 즉 대양(大洋)'이라는 뜻으로, 달라이 라마는 '큰 바다처럼 덕이 깊은 승려(스승)'입니다.

▲ 독경을 외는 법당마루 왼쪽에는 북이 놓여 있고, 오른편에는 라마승들이 줄줄이 늘어앉습니다. 우리나라의 불교 법당보다도 휠씬 화려한 모습이 무척 이채롭습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라마불교는 13세기경에 티벳에서 몽골로 전해졌습니다. 몽골의 초원을 통일하고 중국까지 완전히 정복한 후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칸은 티벳을 점령하면서 티벳 승려 '파스파'를 원나라 왕실에서 초청하고 라마불교가 뿌리내리도록 힘을 썼습니다.

▲ 법당 중앙에는 수를 놓은 다양한 신들의 걸개그림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이는 종교적 자유의 허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들의 토착 종교와 새로운 종교가 함께 번성하도록 국가에서 이를 권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라마불교의 성황은 청나라의 몽골 지배 이후부터인데, 청나라는 원정군을 동원해 옛 원 시절의 화려한 수도와 사원들을 철저하게 파괴 시켰고 몽골인의 기상을 잠재우기 위해 탄트라 성향이 강한 라마불교를 정책적으로 몽골에 전파시킵니다.

▲ 라마불교 사원의 정면에는 몽골 국기에도 그려진 소욤보(煙臺)라고 문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민족적 표장으로서 1924년 제1회 대인민회의에서 몽골 민족의 문양으로 정해진 것입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이러한 성(性)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 있는 라마불교는 인도 사상사 중 탄트라적 발상과 유사한 모습을 띠게 됩니다. 즉, 인간의 욕망과 몸을 긍정하여 남녀간의 성적결합도 해탈에 이를 수 있는 중요한 관건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불상의 형태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몽골어로 '아슬릉'이라고 불리는 석물이 사원의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해태처럼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마음 착한 사람들에게는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니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이것은 몸 부정의 철학과 몸 긍정의 철학이 공존해온 모든 사상사에서 조금씩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즉 정치, 종교 등의 사회 내생환경과 맞물려 여성의 지위문제나 불교의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만들어낸 철학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사원 안에는 비석처럼 생긴 곳에 이런 글씨들이 적혀 있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기원을 하며 손에 기름을 바르고 이 돌을 만지는데, 하도 많이 만져서 그 색이 변해버리기도 합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현재 티벳 불교는 중국에 의해 강제병합 된 후 불교 자체가 조종되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약화된 상태이나 그 정신적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몽골 또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공산체제를 거치면서 라마불교 또한 많은 변화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 몽골에서는 보통 돌무더기를 쌓아 우리네 성황당처럼 쌓아 놓는데,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이렇게 나무에 푸른색 천을 감아 신표로 삼기도 합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이런 점에서 볼 때 몽골의 라마불교는 오히려 오랜 공산체제 시절을 거치면서 많이 훼손됐고 그러한 전통 회복을 위해 몽골의 라마승들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의 유학을 통해 회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약 몽골 인구의 90% 이상이 라마불교 신자인데,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에 들어가면 정 중앙에 라마신을 모시는 제단이 있을 정도로 몽골인들의 라마불교에 대한 신앙심은 깊습니다.

▲ 사원의 처마를 장식하고 있는 귀면으로 깜찍한 개구쟁이가 웃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드넓은 초원을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몽골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해발 2000m가 넘는 산 위에도 라마불교 사원은 세워졌습니다. 힘든 산행을 마다하지 않고 많은 몽골 사람들은 이곳까지 올라와 기원을 드립니다. 그들 모두의 기원이 꼭 이뤄지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덧붙이는 글 | 푸른깨비의 몽골문화 답사기는 마상무예, 자연, 문화, 들꽃, 풍광, 생활 등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최형국 기자는 중앙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으로 전쟁사 및 무예사를 공부하며 홈페이지는 http://muye24ki.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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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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