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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해신'은 청해진 옛터인 완도 '청해진포구마을' 1만6천여평 부지에 선착장, 선박, 객관, 저잣거리, 군영 막사, 망루 등 42동의 건물로 이뤄진 오픈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해신을 비롯 모래시계(강원도 정동진), 태조왕건(경북 문경), 올인(제주 성삼 섭지코지) 등 촬영세트는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수학여행과 관광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곳에는 시대배경 등 고증을 통해 지은 건축물들이 가득 들어서 있음은 물론이다.

오픈세트에 등장하는 고건축물은 수도의 궁궐부터 산 속의 불교건축인 사찰, 백성들이 주거하는 한옥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시대와 공간에 걸쳐 있다. 그 중에서 현재 고건축물 자료가 그나마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시대공간은 조선이다. 특히 백성들의 다양한 삶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한옥은 더욱 중요한 무대공간이기도 하다.

▲ 경북 안동에 소재한 ‘도산서원’. 조선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이 1557년 지은 도산서원은 3칸으로 암서헌, 완락재, 부엌으로 구성됐다. 가운데 칸이 이황이 거주하던 완락재이고, 맨 끝 작은 칸이 좁은 부엌이다.
ⓒ (주)여금
"영상세트로 개발한 사이버한옥마을은 분해조립이 자유로운 콘텐츠뱅크"

조선시대 중후기 지방 마을에 방대하게 존재했던 '한옥'에 대한 자료를 모두 모아 디지털로 개발한 콘텐츠가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금(대표이사 유동환)이 개발한 '사이버 전통한옥마을-옛집(이하 옛집)'이 그것.

'옛집'은 조선시대 지방의 한옥인 읍성·관아·반가·민가·누정·석빙고·방앗간·성황당 등 가운데 150여 종을 선정하여 2D·3D, 사진, 애니메이션, 전자책 등으로 개발한 디지털콘텐츠다. 조선시대 지방의 읍성과 그 주변에 살았던 조상들의 삶의 공간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사이버상에 구축했다.

여금의 이우길 마케팅이사는 "조선시대 한양지역은 정치와 행정의 중심 공간이었던 반면에 양반과 상민의 실질적인 주요 생활터전은 지방의 동성(同性)마을이었다"고 전제하며 "이런 향촌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활상과 스토리가 전개되었기에 한옥을 개발소재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이어 "옛집은 영상세트 개념을 적용한 디지털콘텐츠로 분해조립이 자유롭다"며 "이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영상콘텐츠의 시나리오에 따라 자유롭게 세트를 구성할 수 있는 콘텐츠뱅크(Contents Bank)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금이 개발한 '임청각 군자정'의 예를 살펴보자. 임청각 군자정은 경북 안동의 대표 건축물로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을 배출한 집안의 정자다. 이 건물은 안동의 정자답게 온돌방과 마루가 함께 구성돼 있고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T자형 지붕 등 독특함을 지녔다. 임청각 군자정은 3D, 애니메이션, 사진, 도면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옛집은 건축물 별로 사진·도면·2Dㆍ3D그래픽·애니메이션·VR 등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현재 사진뿐만 아니라, 문헌에서 찾은 이미지와 실제 측정을 통해 복원한 도면에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함께 제공해 건축물의 구조와 형식, 내용 등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 ‘임청각 군자정’. 경북 안동의 대표 건축물로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을 배출한 집안의 정자이다. 이 건물은 안동의 정자답게 온돌방과 마루가 함께 구성돼 있고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T자형 지붕 등 독특함을 지녔다. 현재 사진과 그래픽으로 복원한 이미지를 비교했다.
ⓒ (주)여금
옛집, 단순한 디지털복원이 아니라 영상세트를 만드는 것

이 이사는 "옛집은 한옥을 그냥 단순히 디지털화 한 것이 아니라, 영상세트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어 "영상문화산업인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무대 배경에 실제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제작비용과 편의성 등을 고려해 카메라가 움직이는 공간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특정 부분을 강조한 '세트(set)'개념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세트는 오프라인 영상산업에서 건축 요소에 흔히 사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 건축물의 개념을 디지털상에 도입하여 사이버세트(cyber set)를 구성하는 것이 옛집에 활용되고 있는 모델의 개념이다.

세트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실내에 건설해 간단하게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는 소규모 '스튜디오세트(Studio Set)'와 옥외에 건설해 전체적인 외형을 가지는 대규모 '오픈세트(Open Set)'가 그것이다. 옛집의 세트 아이디어는 이러한 특징을 적용해 '응용모델'과 '재현모델'로 나눴다.

먼저 '재현모델'은 오픈세트의 개념을 적용했다. 자연의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견고함과 중량감을 가진 건축물을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오픈세트다. 이러한 컨셉에 맞게 재현모델은 예술적 가치가 높은 지정 문화재를 대상물로 선정해 개발했다. 대상물에 대한 예술적 아름다움을 최대한 표현하도록 하고 전체적인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통합모델이다.

다음으로 '응용모델'은 스튜디오세트(또는 Unit set) 개념을 적용했다. 스튜디오에 간단하게 설치하는 세트는 설치와 제거가 용이할 뿐 아니라 블록을 짜맞추듯 형태의 추가 변형이 가능하다. 응용모델은 이러한 스튜디오세트의 특징을 중심으로 경량감과 변형가능성을 구현했다.

재현모델을 3D 그래픽으로 말하자면 'High Polygon' 모델로 허용되는 데이터량을 모두 사용해 정밀한 영상미를 만들어내는 영상용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응용모델은 이에 반해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된 데이터량 안에서 가볍게 만든 'Low Polygon'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기자 주 : 3D그래픽에서는 곡선 구현이 안 된다. 다만, 폴리곤(다각형)이 많을 수록, 선의 각을 많이 나눌수록 원 모양에 가까워진다).

옛집은 전체를 통괄하여 구조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6개 한옥마을 쌍방향길잡이가 가운데 위치하고, 행정-교육-생활-추모 등 다양한 기능적인 분류에 따라 하위에 관아-서원-향교-재실 등의 건축물들을 선정해 배치했다.

이는 마을 구조를 6가지로 선정해 개별 원천자료에 대한 통합 안내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전체 마을 구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쌍방향으로 구현되도록 했다. 이렇게 분류한 건축물 및 구조물의 수량은 재현모델 23종, 응용모델 82종이고, 개별 건물의 동수로 분리한다면 160여 동이 대상범위에 들어간다.

옛집은 기획단계에서 이호열(밀양대 건축공학과 교수) 자문위원장을 비롯, 김화봉(뜰집 재실/진주산업대 건축학부 교수), 강예석(서원 향교/대구공업대 건축인테리어계열 교수), 김찬영(성곽 석조/경북문화재연구원 연구원), 전형도(2D 그래픽)ㆍ양수원(3D 그래픽) 안동정보대 애니메이션과 교수 등이 자문을 맡았다.

개발단계에는 김복영(예술사진 촬영/사랑방 안동 편집인 겸 문화재전문 사진가), 김순석(석조류)ㆍ박원재(목조류)ㆍ박경환(목조류) 등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원과 여금의 ART팀 직원 들이 참여했다. 옛집은 건축물을 고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복원한 콘텐츠인 만큼 많은 인원과 노력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 옛집 콘텐츠 구성도. 옛집은 전체를 통괄해 구조를 보여주는 6개 한옥마을 쌍방향길잡이가 가운데 위치하고, 행정-교육-생활-추모 등 다양한 기능적인 분류에 따라 하위에 관아-서원-향교-재실 등의 건축물들을 선정해 배치했다.
ⓒ (주)여금
건축물 제작기단 단축, 중복제작 방지, 산업계 활용 등 '옛집' 의미 크다

이 이사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보존상태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급격한 훼손과정을 겪고 있어서 보고서나 문헌을 참고해 현장에 가 보면 차이가 많이 났다"고 지적하며 "실제로 네모난 방형 봉수대 1군데를 찾기 위해 남부지방 20여 개 산을 오르내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이어 "나루터의 경우는 거의 다 다리가 놓이고 나루터가 있던 곳이라는 표지판만 남아 있어서 빛 바랜 옛 사진들을 참조하거나 박물관의 모형물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콘텐츠 자료의 취합이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불과 조선 중후기의 건축물과 구조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도 보존과 자료 관리가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옛집을 개발한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이 이사는 끝으로 "온라인을 연계한 CD타이틀인 '멀티미디어 한국전통건축 10종'을 개발해 교육기관과 공공기관, 도서관 등에 판매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최고 최대의 고건축 콘텐츠뱅크를 구축하여 영상산업에 필요한 건축 세트 요소를 모두 공급하고, 입체영상 등 특수영상용 작품을 제작하여 한옥의 아름다움과 옛사람들의 삶을 보여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영상문화콘텐츠의 핵심구성요소인 무대 배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축이다. 옛집은 다양하고 아름다운 조선시대 고건축물인 '한옥'을 디지털 영상세트로 개발한 콘텐츠로 문화산업계에서 널리 활용된다. 또 옛집은 한국 고건축 자료의 온라인 제공과 판매를 선도하며, 중국과 일본의 고건축 이미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건축 제작기간을 줄이고 중복 개발을 방지할 수 있는 점과 전문고증의 부담을 덜고 높은 품질의 관련 콘텐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점 등은 옛집이 지닌 큰 가치다. 사이버에 구축한 우리네 전통한옥마을이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통해 살맛나는 삶의 공동체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여금 ‘사이버 전통한옥마을-옛집’ 콘텐츠 자료 열람 
http://www.culturecontent.com -> 문화원형관 -> 사이버전통마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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