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수 의견문화제와 임실펫스타
  오수 의견문화제와 임실펫스타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지난 5월 4일(토)에서 6일(월)까지 3일간, 임실 오수면 오수 천변의 의견공원 일대에서 제39회 '오수 의견 문화제'가 열렸다. 천변에서 잠든 주인에게 들불이 다가오자, 자기를 사랑하는 주인을 위해 냇물에 뛰어들어 몸에 물을 묻혀서 들불을 끄고 생명을 다한 천 년 유래(신라 말기 또는 고려 초기)의 오수개 설화와 유적은 소중한 민속학적 가치가 있다. 

오수 의견문화제 축제장에는 오수개 홍보관을 비롯하여 반려동물의 쉼터와 놀이터, 반려동물 미용실, 반려동물 미용 체험장, 반려동물 행동 교정 상담센터 등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체험 행사가 열렸다. 전북펫고등학교와 오수펫추모공원의 홍보 활동도 있었다. 오수개 연구소에서는 오수개의 위탁 분양 상담도 진행하고 있었다. 

오수개 홍보관에서는 오수개 설화와 신비로운 문양이 새겨진 오수 의견비를 홍보하면서, 부여와 고구려 시대부터 전해 오는 사자견의 혈통을 이어받은 오수개를 2008년에 복원하여 육종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시하였다.
 
오수개 홍보관
 오수개 홍보관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이 지역 오수개 설화를 전승해 온 오수(獒樹, 개나무)의 숲이 조선 시대 중기까지 존재하고 있었음을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오언절구 한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燕樓且獒樹(연루차오수) (순천) 연자루와 (남원) 오수 숲,
鶉浦又蟾江(순포우섬강) (곡성) 순포와 (광양) 섬진강은
佳麗楓流地(가려풍류지) 아름다운 풍류의 지역이니
題詩筆似杠(제시필사강) 시를 쓰면 멋진 문장이 나올듯하다.


오수개 설화에서 김개인(개 주인)이 자신을 살리고 희생한 개를 추모하며 무덤을 짓고, 옆에 꽂아 둔 지팡이가 싹이 돋아 거목이 되고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오수 천변의 오수(개나무) 숲은 그 의미와 풍경을 아름답게 여겨졌고, 이 지역의 지명은 개나무(오수)가 되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오수의 개나무가 어떤 수종인지 알 수 없다는 점. 오수개의 암수 구분, 개가 몇 살 정도였는지도 역시 궁금한 부분이다.

고려 시대에 최자(崔滋, 1188~1260)가 오수개 설화를 보한집(補閑集)에 채록했는데, 무신정권은 이 설화를 널리 알려서 백성들이 오수개처럼 은혜를 알게 하라고 하였다.

조선 시대에 개는 그리 대접받는 동물이 아니었다. 양반들에게 개는 그저 집에서 짓기나 하면서 무위도식하는 짐승이었고, 거리에서도 거리낌 없이 암수가 어울려대는 상것으로 여겨졌다. 오수개처럼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을 충성심이나마 효용 가치가 있었다.
 
오수개 설화 발생지 천변의 왕버들나무
 오수개 설화 발생지 천변의 왕버들나무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한편 오수개 설화가 천 년 동안 전승되고, 지명도 천 년이 되었을 '오수'라는 개나무 고을에 개나무가 무슨 종류의 나무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오수개 설화에서 천 년의 생명을 이어온 개나무는 느티나무, 물푸레나무와 왕버들나무 중의 하나로 추정해 볼 수 있겠다. 

느티나무는 오수 의견비가 80여 년 전에 이전한 원동산(圓東山)에 예로부터 울창했던 거목이다. 물푸레나무는 오수 의견설화의 발생지인 상리 방천에 최근까지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물푸레나무는 산지의 계곡에서 주로 자생하며 목질이 단단하여 가구의 재료가 되었고, 서당에서 회초리로도 쓰였고 관아의 형틀에서 곤장을 치는 나무였다. 

왕버들나무는 현재도 상리 냇물 가까이에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버드나무는 학명에 있는 'Salix koreensis'는 '물에 가깝다, 한국이 원산지'라는 의미가 있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해열과 진통의 효과가 있는 아스피린이 추출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백제 땅 금마(익산) 지역에서 고구려 유민이 보덕국을 세웠다. 신라는 보덕국을 나당 전쟁에 활용하고는, 결국 보덕국을 해체하면서 고규려 유민을 남원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오수개 설화가 고구려의 상무(尙武) 정신을 반영한다면, 왕버들나무는 고구려의 건국 신으로 추앙받는 주몽의 어머니인 유화(柳花 버들꽃) 부인을 연상하게 한다.

오수개와 오수 설화는 천 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민속 문화 유산이다. 이제는 오수개와 오수(개나무)의 정체성에 맞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오수의견 문화제의 표제 앞에 '펫스타'를 앞세워 인기 가수를 초빙하고, 그 가수의 팬클럽 버스가 몇 대씩 행사장에 도착하는 가요 축제가 문화제의 중심이 되어가는 현실이다.

고문헌에서 오수(개나무)를 찾아내거나 지역 사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오수(개나무)를 찾아 확정하고, 오수 상리 천변에 개나무 숲을 복원하는 일이 개나무 고을 민속 문화유산의 정체성을 살리는 과제라고 본다. 오수(개나무) 숲이 오수 의견제 행사의 으뜸 터전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다시 묻고 싶다. 아시는가? 이제까지 개나무 고을에 개나무가 없었던 까닭을.
 
오수개 설화 발생지 천변의 왕버들나무 풍경
 오수개 설화 발생지 천변의 왕버들나무 풍경
ⓒ 이완우

관련사진보기

 

태그:#개나무왕버들나무, #의견설화, #오수의견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