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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중국과 수교한 이래 중국에 대한 투자가 계속 늘어 대 중국 투자 3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양국 분위기를 반영하듯 우리 학생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많이 오고 있다. 유학생의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작년과 올해가 다른 것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말 그대로 밀물처럼 밀려들어 오고 있다. 이러한 조기 유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그 해답을 북경한국국제학교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글쓴이 주>

외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세계화에 대한 준비다. 세계화에 발맞춰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조기 유학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과연 조기 유학은 개인의 미래에 약이 될 것인가, 오히려 독이 될 것인가?

나는 조기 유학을 찬성한다. 나와 의견을 달리 하는 이들은 어린 나이에 유학을 할 경우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자녀를 조기 유학을 보낼 수 있는 부모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조기 유학에 적응하지 못하면 탈선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는 옳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각도를 달리 보면 조기 유학으로 얻을 수 있는 이로운 점들이 많다. 먼저 외국어를 제대로 습득할 수 있다. 세계화된 이 시대에 외국어 습득은 꼭 필요한 것이다. 흔히들 국어와 외국어 두 가지를 모두 해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외국에 와서 국어가 서투른 아이들을 위해 현재 외국 곳곳에서 우리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므로 조기 유학을 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곳에서 국어교육을 받는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외국어를 제대로 익히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좋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경비는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선입견이다. 현재 외국에는 여러 가지 장학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사유서를 써 외국 학교에 보내면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닐 수도 있으며,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가게 된다면 경비는 1/3~1/4까지 줄어든다. 그리고 국내외에도 많은 장학재단이 있어 이를 활용하면 될 것이다. 이처럼 조기 유학에 드는 경비는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기 유학을 할 경우 부모의 간섭이 적어지고, 외국 학교가 한국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탈선의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탈선의 가능성은 어느 곳에나 있는 것이며, 조기 유학 그 자체가 우리에게 탈선의 가능성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단지 자신에게 보장된 자유로운 행동이 탈선의 가능성을 높여 줄 뿐이다. 그러므로 탈선의 가능성은 조기 유학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다.

이제 우리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세계화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즉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 때 외국에서 직접 체험한 문화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제대로 익힌 외국어와 문화 체험은 개인의 앞날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조기 유학의 문제점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므로 나는 조기 유학에 찬성한다.

- 북경한국국제학교 고등부 1학년 정한울


우리 문화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유학 열풍은 시대가 흘러도 식지가 않는다. 신라 시대엔 당, 조선 시대엔 명, 청,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엔 일본과 미국, 그리고 현재는 세계 여러 나라로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현재의 유학은 전 시대와 사뭇 다른 면이 있다. 바로 ‘조기 유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기 유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기 유학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 교육 상황과 제도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 제도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국으로 나가 유학할 때 얻는 교육은 우리나라 교육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설사 우리보다 수준이 다소 높더라도 우리 유학생들이 그 교육 제도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완전히 누릴 수 있을까?

각 나라의 교육 제도는 그 나라의 오랜 전통과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교육 제도를 설계할 땐 그 나라의 문화 전통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우리나라 사람에 맞게 조직되어 있다. 그런데 거기에 결점 몇 개 있다고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도 가져 보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는 것이란 너무 섣부른 판단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교육도 백퍼센트 소화해 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나라 교육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겠는가?

또 조기 유학 성공률은 10퍼센트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다. 이렇게 낮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부모를 떠나 홀로 생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보통 조기 유학은 초 중등학생 시절 때 한다. 초 중등학생들은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이다. 한국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지녀야 할 국가관이 아직 확립되기 전 시절이다. 특히 부모들로부터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부모들의 곁을 떠난다면 그 아이의 생활 습관은 어떻게 될까? 부모가 집에서 어떤 행동의 옳고 그름을 한창 가르쳐야 될 때 그들을 유학시킨다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혹시 부모님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렇듯 조기 유학이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실로 크다. 어떤 이들은 세계화된 시대에 다른 나라 문화를 접하고 다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나라 문화를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를 잃는 것일 뿐더러, 우리말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한국을 위해 그리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조기 유학은 다시 한 번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 북경한국국제학교 고등부 1학년 김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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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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