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뉴스 보기
종근당 2013.01.07 09:56:19
조회: 10829   추천: 16   댓글: 0
[공모-뱀뱀뱀]

뱀이 네 마리가 꿈틀거리는 이삼만의 글씨 '산광수색(山光水色)'을 아십니까.

'산광수색(山光水色)'.
19세기 추사 김정희(1786~1856), 눌인 조광진(1772~1840)과 함께 ‘삼필(三筆)’의 한 사람인 전북출신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 1770~1847)선생이 쓴 이 글귀는 ‘산은 높고 물은 맑다’는 뜻으로, 작가 특유의 ‘행운유수체(行雲流水體, 구름처럼 흘러가고 물처럼 흐르는 자연스런 글씨체)’의 조형미를 너무 가장 잘 보여주는 걸작이다.

그런데 이 글귀를 작품을 꼼꼼이 쳐다보면 깜짝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글씨 한 자 한자마다 뱀 한 마리가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채 우리를 잔뜩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획은 뱀처럼 꿈틀거리며 장강처럼 흘러가더니 어느새 험한 계곡 급류로 돌변해 내리꽂힌다.

옅은 담묵으로 휘갈긴 글씨는 도도한 강물과 기암괴석, 생동하는 야수의 숨결처럼 기세가 등등하다는 느낌이 든다. 금세라도 뱀이 살아서 꿈틀댈 것만 같은 이유다. 이 글씨는 뱀의 모양을 서체로 잘 형상화한 그야말로 수작이다.

‘산(山)’자는 뱀이 똬리를 틀고 경계하는 모습과 흡사하고, ‘광(光)’자는 개구리와 벌레를 낚아채는 듯한 현상이 뚜렷하다. ‘수(水)’자는 살모사가 목을 추켜들고 갈비뼈를 빳빳하게 펼친 채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는 형상인가 하면 ‘색(色)’ 자는 똬리를 틀고 승천하는 이무기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2월 25일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상상과 현실, 여러 얼굴을 가진 뱀’ 특별전에 소개되는 이 작품은 뱀의 모양을 독특하면서도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표현, 자신이 개발한 행운유수체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이삼만은 뱀에 물려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뱀을 보는 대로 모두 잡아 죽여, 쇠로 된 지팡이 3개를 모두 닳게 할 정도였다고. 그래서 아직도 호남지역에서는 뱀을 쫓기 위해 이삼만이라는 글씨를 거꾸로 붙이는 풍속이 남아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집 ‘질마재 신화’에 실린 ‘이삼만이라는 신’에서는 재미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삼만 석 자를 많이 받아다가 집 안 기둥마다 다닥다닥 붙여 두는데, 그러면 뱀들이 기어올라 서다가도 그 이상 못 올라온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이삼만은 조선 후기의 명필로, 아버지가 독사에 물려 세상을 떠난 뒤 뱀만 보면 껍질을 벗겨 통째 씹어 먹었다. 이 때문에 이삼만 앞에서는 독사들이 풀이 죽어 움직이지도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부안군 줄포면 파산리는, 사옥리(蛇屋里)에서 파산리(琶山里)로 바꿔 고쳐 쓰고 있는데, 다시 파산리(巴山里)로 바꾼 것은 이삼만이 뱀을 퇴치했다고 해 매년 정초가 되면 뱀날(사일, 巳日)에 ‘이삼만’이란 이름을 종이에 써서 해뜨기 전, 집안의 곳곳에 붙혀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뱅(防)이'를 하게 됐으며, ‘뱀방이’를 써붙이는 풍속이 이 지역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주장까지 한다.

옛 석학들은 글씨 쓰듯 그림을 그린다고 했건만, 흐르는 물 같다는 그의 글씨, 이같은 ‘행운유수체’는 되레 그림 그리듯 획을 분방하게 풀고 있는 것은 전주 한벽당과 관련이 깊다는 전주문화원 김진돈 사무국장(전라금석문연구회장)의 설명.

그는 전주 옥류동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면서 아래론 유유히 흐르는 물을, 위로는 떠도는 구름을 쳐다보며, 이를 터특하기 위해 벼루 3개를 구멍 낼 정도로 강한 집념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묘소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평촌리 아랫잣골 선영에 있다.


===============================================
[공모] '뱀뱀뱀'

2013년 계사년 (癸巳年)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주가 지나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찾아온 동장군 때문에 땅속에 잠든 뱀의 겨울잠이 더 길어질 듯한데요~ 추위 때문에 움추러든 몸을 활짝 펴기 위해 새해 공모를 준비했습니다. 공모의 주제는 바로 '뱀'입니다.

'뱀'과 관련된 뱀 사진, 뱀 모양, 뱀과 관련된 지명, 뱀 간판… 등 모든 것을 엄지뉴스에 보내주시면 됩니다. 엄지족 여러분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시기 바랍니다. 독자들의 호응도에 따라 3분을 뽑아 각 3만원의 상금을 드립니다.

■ 공모 기간 : 2013년 1월 4일(금) ~ 1월 13일(일)
■ 수상작 발표 : 1월 14일(월)
■ 수상작 상품 : 각 상금 3만원
■ 응모방법 : 휴대폰 사진-동영상은 #5505, 디카 사진은 엄지뉴스 메인면에서 '인터넷으로 등록'. 엄지뉴스 트위터(@omjinews)로도 받습니다. 또한 아이폰,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이용자는 <오마이뉴스>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이용가능합니다.
    
 16
 
- 문자,이미지, 동영상은 건당 부가정보 이용료 100원과 각 이동 통신사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단문 메시지: 20원 / 멀티메시지: SKT 100원, KT 200~500원, LGT 200~250원)
- 멀티메시지란 휴대폰으로 사진, 동영상을 파일로 첨부하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시징 서비스입니다.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