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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페 2010.06.23 10:34:35
조회: 25735   추천: 116   댓글: 0
[나는야 엄지짱] 정부청사 공무원들의 점심식사

정부청사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작년 여름이다. 다른 일로 청사를 드나들 일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11시 무렵이면 우루루 나가는 정부 청사 공무원들이 신기했다. 분명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3시까지 인 걸로 아는데 그들은 11시부터 시작해서 11시 30분 정도면 거의 다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13시가 넘었는데도 저마다 손에는 빨대를 꽂은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씩을 들고 태연하게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며 걸어 들어오는 그들의 모습은 공무를 수행하러 온 것이 아니라 밥 먹고 커피 마시러 출근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하루는 작정을 하고 11시부터 지켜봤다. 그리고 청사를 빠져나오는 한 무리를 따라갔다. 그들은 청사 근처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고 밥과 함께 막걸리와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사진이 당시 찍은 것이다. 이것 말고도 사진과 동영상은 더 있다.

정부청사 앞은 365일 어느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온갖 억울함을 지닌 이들이나 그들의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1인 시위를 하고 자리를 깔고 단식농성을 한다. 자신들의 억울함을 정부에 하소연하는 것이다. 사연은 저마다 다 다르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밥줄, 목숨줄을 살려달라는 것이다.

정부청사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이 아직 멀었는데도 태연하게 그들을 외면하고 삼삼오오 뚜벅뚜벅 걸어서 지나간다. 밥 먹으러!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떠올렸다. 국민을 위해 일 하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밥 벌어 먹도록 한 그들이 밥줄, 목숨줄을 외치는 국민을 외면하고 제 배만 채우겠다고 시간도 안 됐는데 때 이른 밥을 먹으러 가고 반주까지 곁들이는 모습은 충분히 분노할 만한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동영상을 올린 이후에도 여전히 그들은 서둘러 밥 먹으러 나온단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건 목에 걸고 다니는 명찰을 떼고(떼면서) 나오는 이들이 제법 생겼다는 것. -- 당신네들이 떼야할 건 명찰이 아니다.


숲페(1310)님의 엄지 사진 '12시도 안됐는데 우루루...'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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