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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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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수감 중)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광주지방검찰청 수사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사건 재판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여야 유력 후보들이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후보와 국민의미래 주기환 전 후보(비례 후보 사퇴)로 추정되는 전직 검찰 간부가 브로커 성씨와 유착해 검찰 수사를 받던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를 은밀하게 조력했다는 주장이 수사관 측 변호인들 입을 통해 법정서 나온 것이다.

검찰 수사관에 불과한 피고인이 담당검사가 구속을 작심한 코인 투자사기범 사건을 무마하거나 핵심 정보를 빼내 줬을 가능성이 작다는 취지의 논리를 펴는 과정에서다.

광주지방법원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오후 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소속 수사관 심아무개(57)씨에 대한 속행공판을 진행했다.

검사는 이날 브로커 성씨를 증인석에 앉혀두고 2020년 12월 13일 500만 원, 2021년 1월 8일 500만 원, 그리고 이틀 뒤인 10일 280만원 등 3차례에 걸쳐 1280만원을 피고인 심씨에게 직접 건넸느냐고 질문했다.

성씨는 "그렇다"며 현금을 건넨 시기와 장소, 지급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골프 및 식사를 접대한 일시와 장소, 대화 내용 등을 제시하며 답변을 요구하는 검사 질문에도 막힘없이 진술을 이어갔다.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광주지검 수사를 받던 탁아무개(45·별건 구속기소)씨 사건 수사 편의 제공을 받기 위한 접대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들은 우선 지난번 공판에서처럼 탁씨 측이 당시 긴박하게 돌아가던 검찰 수사에 대응해 검찰 출신 다수 변호사를 급히 선임, 총력 대응한 사실을 부각했다. 경찰 단계에선 탁씨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검사 출신 거물급 변호사를 집중 선임" 강조 
  
검경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3)씨. 광주지방법원 형사 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씨에 대해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7억1300만 원의 추징도 선고했다. 성씨 등이 연루된 경찰 인사 비리 등 관련 재판도 이어지고 있다.
 검경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3)씨. 광주지방법원 형사 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씨에 대해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7억1300만 원의 추징도 선고했다. 성씨 등이 연루된 경찰 인사 비리 등 관련 재판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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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억 원을 들여 검사 출신 변호사 4명을 포함해 5명 이상의 변호인을 선임해 검찰과 직접 소통이 가능했는데, 검찰 수사관이던 피고인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작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검찰이 수사 강도를 올리던 2021년 3월엔 피고인 심씨가 광주지검 산하 목포지청에 근무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에 검찰은 심씨와 절친한 동료 수사관이 광주지검에 근무하면서 탁씨 사건 수사 정보를 심씨에게 건넸다고 반박했다.

이후 문제의 발언이 튀어나왔다. 두 명의 변호인이 양부남 후보와 주기환 후보로 추정되는 '광주지검 과장'을 각각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한 변호인은 "2021년 4월 9일 검사 출신 최아무개 변호사가 탁씨 사건을 맡고 있는 광주지검 주임검사를 면담하면서 '(저랑 같이 사건을 맡은) 양부남 변호사는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탁씨 소환 시기를 늦춰달라'고 했고, 이에 담당 검사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인석의 성씨를 향해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했다. 브로커 성씨는 양 후보와 동향 출신으로 탁씨 측에 양 변호사를 직접 소개한 바 있다.

심씨 측 다른 변호인은 2020년 11월 탁씨 사건이 광주광산경찰서에서 검찰로 넘겨진 뒤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를 지낸 이아무개 변호사를 성씨가 탁씨를 위해 선임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고선 성씨에게 "이 변호사와 친한 광주지검 과장(측)에 말해놨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는 취지로 탁씨에게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변호사 선임을 전후로 검찰 로비를 위해 탁씨에게 최소 수천만 원의 로비자금을 요구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추궁하면서다.

증인석의 성씨는 앞서 피고인을 겨냥한 검사 측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던 것과 달리 "이런 질문은 오늘 재판과는 관계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변호인들의 거듭된 질문 공세에도 "기억나지 않는다", "증언하지 않겠다"고 끝까지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심씨 변호인들은 이번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통과한 양부남 후보에 대해서는 실명으로 언급하며 피고인 변호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성씨가 탁씨를 위해 선임한 변호사 등 모두 5명의 탁씨 사건 변호인 이름을 실명으로 수차례 공개하며 "검찰 수사 단계에서 검사 출신 거물급 변호사를 집중 선임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사 자격 없이 막후에서 성씨와 탁씨를 위해 움직였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아 얘기한 '광주지검 과장'에 대해서는 끝까지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브로커 성씨, 그리고 성씨가 탁씨를 위해 선임한 이아무개 변호사와 모두 친분이 있는 인물로 묘사하면서 '광주지검 과장'이라고만 칭한 것이다.

복수의 광주 법조계 인사는 문제의 '광주지검 과장'이 "주기환 후보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지검 과장, 주기환 후보 지칭 
  
광주지방검찰청, 광주고등검찰청
 광주지방검찰청, 광주고등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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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해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지만 당선권 밖 순번(24번)을 배정받자 '후보직'을 던지며 공개 반발한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을 지목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주 전 위원장은 브로커 성씨가 지난해 8월 검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골프 모임을 하는 등 친분이 뚜렷한 것으로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의 주 전 위원장은 광주지검에서 조사과장과 수사과장을 역임한 뒤 2020년 12월 말 퇴임했다. 브로커 성씨 사건이 불거진 뒤 광주 법조계에선 주 전 위원장이 성씨 사건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

다만 심씨 측 변호인은 이날 주 전 위원장으로 짐작되는 '광주지검 과장'을 언급하면서 '검찰 조사과'를 언급했는데, 광산경찰서 송치 사건이 아니라 종교인 코인 투자 사기 피해 고발사건 관련 가능성도 있다. 이 두 사건에는 탁씨가 모두 연루돼 있다.

심씨 측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해 양부남 후보는 "황당한 얘기다. 당시 함께 일하던 최아무개 변호사와 통화한 결과, 그런 발언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한다"며 "당시 우리는 무혐의를 주장했기 때문에 수사를 빨리 진행해 끝내려는 계획이었다. 소환 일자 연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주기환 후보는 거듭된 전화, 문자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법정 밖에서 만난 변호인들 역시 "주기환 후보자를 거론한 게 맞느냐"는 질문 등에 "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성씨는 2020~2021년 광주와 서울지역 검찰과 경찰 수사를 받던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씨로부터 수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18억 원대의 자금을 받아 전방위 로비에 나섰던 인물이다.

수사기관에 쫓기던 탁씨는 성씨의 전방위 로비가 통한 탓인지 광주광산경찰서가 처리한 일부 사건에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맡았던 사기 사건은 '피해 금액'이 370억 원에서 10억 원대로 축소돼 검찰에 넘겨진 사실이 최근 재판에서 확인됐다.

경찰 수사는 물론이고 담당검사가 구속 수사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광주지검 사건에서도 끝내 구속되지 않고 2021년 6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누범기간이고 동종전과가 여럿 있는 탁씨가 구속되지 않으면서 일부 고소인들은 검경이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었다고 한다. 탁씨 스스로 최근 재판에서 "제게 불리하지만 증언한다. 당시 저는 누범기간인데 (검경 모두) 저를 구속 안 했다. 성씨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사기 피의자 탁씨는 광주지검이 2021년 6월 불구속 기소한 지 2년여 지난 2023년 10월 광주경찰청에 별건 코인 투자사기 사건으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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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브로커, #주기환, #양부남, #코인투자사기,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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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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