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팀을 얕잡아본 대가는 혹독했다. 지난 10월 25일 전주성 홈 게임에서 3-0 완승을 거둔 팀이기 때문에 이번 어웨이 게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온 전북 현대가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패한 것도 충격이지만 정우재, 이동준, 구스타보가 부상을 당한 후유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8일(수) 오후 7시 싱가포르에 있는 잘란 베사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2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FC(싱가포르)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0-2로 패하는 바람에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싱가포르 국가대표 선수들을 주목하라

어웨이 게임이니 쉬운 승리를 바란 것은 아니겠지만 전북의 수비 대응이 너무나 허술했다. 정태욱, 구자룡으로 구성된 센터백 조합은 엉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흔들렸고 정민기 골키퍼와의 호흡도 여러 차례 어그러졌다. 전반전 22분과 23분 두 차례나 전북의 수비라인이 자동문처럼 쉽게 열렸다. 

누가 봐도 홈 팀 라이언 시티는 역습만 노리는 팀이었는데 1분 간격으로 전북 현대 수비수들이 연거푸 구멍을 드러낸 것이다. 체격 조건 좋은 골잡이 리차이로 지브코비치를 위험 지역에서 놓친 것도 심각하지만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샤왈 아누아르를 제대로 밀어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브코비치의 첫 번째 역습 기회 왼발 슛은 전북 현대 골키퍼 정민기가 침착하게 각도를 잡아 가까스로 걷어냈지만 두 번째 역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싱가포르 국가대표 미드필더 샤왈 아누아르의 헤더 패스를 받은 지브코비치가 노마크 오른발 발리슛을 시원하게 차 넣은 것이다.

라이언 시티 빅 & 스몰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브코비치 & 샤왈 아누아르' 콤비는 55분에도 완벽한 역습 흐름을 주도하며 결정적인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거기서도 전북 현대 센터백 정태욱과 구자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정우재 대신 들어온 맹성웅도 가까이에 있었지만 지브코비치의 오른발 슛 타이밍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 게임에는 도움 두 개를 기록한 샤왈 아누아르 말고도 골키퍼 로하이자드, 수비형 미드필더 쿠마르, 왼쪽 윙백 크리스토퍼 반후이젠, 오른쪽 윙백 줄카르나 수즐리만, 센터백 하리스 하룬을 비롯하여 교체 선수로 나온 라이오넬 탄, 아담 스완디에 이르기까지 11월 16일(목)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클린스만호와 만나게 될 싱가포르 국가대표 선수들 대다수가 전북 현대를 괴롭힌 것이다. 다음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시작하는 첫 게임이기 때문에 미리 보는 싱가포르 국가대표 축소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가대표 문선민과 김진수가 포함된 전북 현대는 그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김진수는 K리그 남은 일정에 전념하기 위해 아예 데려오지도 않았고 문선민은 풀 타임을 뛰었지만 전반전 추가 시간에 이수빈의 스루패스를 받아 싱가포르 국가대표 골키퍼 로하이자드와 1:1로 맞서는 상황을 맞이한 것 이외에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는 사이에 센터백 하룬, 수비형 미드필더 쿠마르, 윙백 반후이젠과 수즐리만이 중심에 사서 빠른 압박 축구를 펼쳐 클린 시트를 이뤘고, 교체 선수로 나온 노르와 스완디도 역습 연계 플레이를 날카롭게 펼쳤다. 무엇보다도 도움 두 개를 기록한 샤왈 아누아르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주 월드컵 예선에도 샤왈 아누아르는 싱가포르 국가대표 역습 줄기에 결정적인 연계 플레이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북 현대에게 만회골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85분에 박재용이 높은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라이언 시티 센터백 수페르의 팔꿈치 반칙이 나왔고, VAR 판독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여기서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후반전 교체 선수 구스타보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날렸는데 공이 크로스바를 넘어 날아가 버렸다. 실축도 충격이었지만 구스타보는 곧바로 오른쪽 허벅지 근육 부상을 호소하며 남은 추가 시간 8분 36초를 뛰지 못했다. 이미 다섯 장의 교체 카드를 다 쓴 상태였기 때문에 전북은 후반전 추가 시간 내내 10명이 뛴 것이다. 

구스타보 이외에 이동준도 75분에 높은 공을 다투다가 얼굴부터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바람에 목을 다쳐 들것에 실려나갔다. 전반전 20분도 안 되어서 근육을 다친 정우재(30분 교체 아웃)까지 포함하면 전북 현대는 남은 일정을 소화하는 데 비상이 걸린 셈이다. 곧바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일요일(12일) 오후 2시에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지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K리그 1 파이널 A그룹 어웨이 게임을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
(11월 8일 오후 7시, 잘란 베사르 스타디움-싱가포르)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FC 2-0 전북 현대 [득점 : 리차이로 지브코비치(23분,도움-샤왈 아누아르), 리차이로 지브코비치(55분,도움-샤왈 아누아르)]

◇ AFC 챔피언스리그 F조 현재 순위
1 방콕 유나이티드 FC(태국) 10점 3승 1무 8득점 5실점 +3
2 전북 현대(한국) 6점 2승 2패 7득점 6실점 +1
3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FC(싱가포르) 6점 2승 2패 5득점 6실점 -1

4 키치 SC(홍콩) 1점 1무 3패 4득점 7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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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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