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벙어리] 창피하게 친구들은 왜 데리고 오니?
신년도 되고 해서 딸아이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어머니가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더니 옛날 얘기를 해주신다. 어머니가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노점상을 하
셨는데 큰 딸이 중학생이었을 때 학교가 파하면 친구들을 데리고 어머니께 자주 놀러
왔단다. 어느 날인가 어머니가 친구들 데리고 오지 말고 혼자오라며 야단을 치셨단다.
“너는 창피하지도 않으냐? 다음부터는 친구들 데리고 오지 말고 너 혼자 오너라.”
“왜?”
“할머니가 노점상한다고 네가 친구들에게 창피스러울까 걱정이 되어서 그렇지.”
“내 할머니인데 뭐가 창피하고 말고가 있어?”
순간 딸아이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더란다. 어머니는 어린 손녀딸을 끌어
안고 달래느라 한참을 애쓰셨다며 기특해 하셨다. 애비하고 잘 안 놀아줘서 못마땅한
점은 있어도 생각이 기특한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