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 2012.10.23 23:41:49
조회: 2471 추천: 1 댓글: 0
[띄엄띄엄 책읽기]
여름장마 같은 비가 내리던 월요일 아침. 버스가 꼼짝을 안해 지각하겠노라는 후배의 전화. 전화를 받던 선배는 그래 어여와, 어여와 했다.
본인이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겠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며칠 전 내 모습이 생각났다. 알람소리를 듣지 못해 집에서 나설 시간에 일어난 나. 세수도 하는둥 마는둥 양말을 신는둥 마는둥 토할것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하철에 올랐지만 결국은 지각이라는 걸 나는 안다.
출근시간 정각. 사무실로 전화해서 나의 지각을 미리 알린다. 미안, 30분 정도 늦어요. 선배는 천천히와 한다. 천천히와... 눈썹 휘날리게 달리는 순간에도 내 귓가엔 천천히와, 천천히와.
그 역설의 한마디에 지각한 아침에도 웃을 수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 바로 이 시처럼. 작은 여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이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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