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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서린 천 '폴라리스 프로젝트' 공동대표
ⓒ 오마이뉴스 김지은
"앞으로 한국의 성매매 여성이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으로 팔려가는 사례가 더욱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제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인신매매 문제는 전세계의 문제이다."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강남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리는 '국제 인신매매 방지 전문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 날아온 캐서린 천(Katherine Chon·24)씨는 한국의 성매매 방지법 시행에 대해 "한국 정부가 굉장히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며 "성매매에는 초국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국 정부가 성매매를 강력히 단속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팔려가는 여성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성매매 등 인신매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으로 팔려가는 한국여성 더욱 늘어날 것...국제협력 중요"

재미교포이기도 한 천씨는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 구조센터인 '폴라리스 프로젝트'(Polaris Project)의 공동대표로서 전문가회의에 초청됐다. 10년만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천씨는 "전문가회의에 참석한 이유 중에는 각국의 정부뿐만 아니라 비정부기구간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만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소위 성매매 수요국에서의 성매매 방지 활동에 관심이 많은 천씨는 지난 8월에는 일본 도쿄에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국제 사무소(international office)를 차렸다. 인신매매(성매매)의 '공급국' 보다 '수요국'에서 성매매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천씨는 "일본의 경우 성매매의 도착지이자 성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라며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수요국'과 캄보디아, 인디아, 베트남 등 '공급국'이 서로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성매매업소 중 95% 한국인이 운영"

천씨에 따르면, 미국 내의 한국인 성매매도 심각한 상황. 미국은 라스베거스 인근을 제외하고 전역에서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는 셀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천씨의 설명이다.

천씨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는 수천 군데"라며 "워싱턴DC에 있는 80여개의 성매매 업소 중 95%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는 물론 작은 지방에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소가 많다"고 주장했다.

천씨는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과 성매매 알선등 행위에 관한 처벌법 등 지난 9월23일 시행된 한국의 이른바 '성매매 방지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천씨는 "재미교포로서 한국정부가 성매매 여성의 인권에 관심을 쏟는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의 성매매 방지법은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9월 성매매 방지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업주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성매매 방지법 시행 반대 시위를 벌이는 데 대해서도 그는 "이해가 된다. 특히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가 싫은데도 불구하고 빚을 갚기 위해서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자발적인 시위가 아닌 업주들의 강요에 의한 시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한국정부의 성매매방지 노력 자랑스러워...지속적인 정부 투자 필요"

천씨는 한국 정부가 성매매 여성들의 전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재투자하고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그는 "성매매 단속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투자와 대안 개발로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찾고 다시 성매매에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씨는 특히 성매매를 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태초의 직업이 '창녀'라거나 개인의 성욕에 관한 문제를 법으로 제재해서는 안 된다는 소위 '성매매 불가론'에 대해서다.

천씨는 "'창녀'가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성욕을 두고 통제가 불가능한 자연스런 욕구라고 하기도 하지만 성매매는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법률 적용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까지 가서 성을 사는 것은 성욕을 통제하기 못해서가 아니라 법을 피해 좀더 쉽게 성을 사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그는 "신체적인 욕구는 통제가 가능하므로 성욕은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며 "사람을 사람으로 봐야지 사물로 보면 성매매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성매매 문제는 사회가 어떤 기준을 세우고 노력을 하느냐의 문제다. 만약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성매매는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사회가 맡고 있는 역할이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역 : 신지혜 여성부 국제전문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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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프로젝트'는...
지난해 200여명의 피해여성에게 도움

케서린 천씨가 '폴라리스 프로젝트'(Polaris Project)를 설립한 것은 브라운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2년. 우연히 한국 여성들이 미국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천씨는 "우연히 미국 프라비던스 아일랜드 지역에서 한국 여성 6명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며 "경찰이 발견했을 때 여성들은 노예와 같은 상황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었고 몸에는 담배로 태운 자국이 있을 정도로 고통스런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후 천씨는 2002년 2월 친구와 함께 폴라리스 프로젝트를 설립, 운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뉴욕에는 지사를, 일본 도쿄에는 국제 사무소를 세울 만큼 규모가 커졌다. 직원도 17명으로 늘어난 상태.

천씨에 따르면, 지난 해 폴라리스 프로젝트가 구출한 성매매 피해여성은 8명. 법률정보 및 의료지원 상담 등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은 성매매 피해여성은 약 200여명 정도다.

한편, '폴라리스 프로젝트'는 미국에 노예제도가 있던 17~18t세기, 흑인 노예들이 북극성을 지표 삼아 남미에서 북미로 도망가던 것에서 유래해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노예들이 북극성을 바라보면서 자유를 찾아 갔던 것처럼 폴라리스 프로젝트도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을 돕고 구제하기 위해 설립했다"는 것이 천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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