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29 06:37최종 업데이트 24.04.2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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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등 체감 물가가 뛰면서 소비자들의 향후 1년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다섯 달 만에 올랐다. 한국은행이 3월 26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p포인트(p) 오른 3.2%를 기록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기대인플레이션율 반등에 대해 "농산물 등 체감물가가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국제유가 오름세,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코너.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건 민생회복지원금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정부를 향한 비판도 불거지는 모습입니다. 재정의 역할을 방기해 경기를 악화시킨 책임은 외면한 채 민생지원금의 부작용만 강조하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민생지원금을 인기영합적 현금 살포로만 단정할 게 아니라 소비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정책 수단 중 하나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나아가 정부의 부자 감세 중단과 재정 역할 극대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견해를 제시합니다.  

정부가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 경제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러나 정부도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 민생이 어렵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실제 바닥경기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좋지않습니다. 고금리,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임금, 실질소득의 감소로 이어지고, 내수 소비 부진의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출 증대로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하지만 내수 둔화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경기 침체를 가중시킨 게 재정당국이라는 점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사용하지 못한 예산이 46조 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사실만으로도 정책 실패가 확인됩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기업과 가계의 극심한 위축 속에 1.4%까지 추락했습니다. 여기에 버팀목이 돼야 할 정부는 경기 침체에 적극 대응하기는커녕 주어진 예산 집행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작년에 경기 하강이 예견됐을때 추경을 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격적인 부자 감세와 경기 예측 실패로 세금이 걷히지 않자 써야 할 돈을 쓰지 못해 생긴 일이라는 지적입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 지원이 내수 진작에 효과가 있다는 건 대다수 전문가들도 인정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코로나 위기 때인 2020년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 결과, 관련 업종의 매출 증대 효과가 30%에 달했습니다. 풀린 돈은 다른 업종으로 연쇄적으로 흘러 승수효과는 훨씬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이런 이유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민생지원금에 큰 기대를 나타내는 모습입니다. 특히 지역화폐로 민생지원금이 지급된다면 저축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돼 소비 진작에 큰 도움을 줄 거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선심성 돈풀기 남발하고 민생지원금은 반대, '이중적'

민생지원금이 추가로 풀리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도 이중적입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물가가 2% 초반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8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하반기로가면서 2%대 초·중반으로 하향안정화한다는 전망은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고물가 우려가 제기되자 물가 안정론을 편 정부가 민생지원금은 물가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는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일각에선 돈이 풀리면 물가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13조 원 정도면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돈풀기 공약을 남발해놓고 경기 회복을 위한 민생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번의 토론회에서 감세와 지역개발 공약 등 900조 원에 이르는 총선용 선심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치솟자 무제한 재정투입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습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돈을 푸는 건 괜찮고 야당의 민생지원금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정략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도 논란입니다.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방식보다는 필요한 계층을 타깃으로 한 선별지원이 정책 효과가 높다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현 행정시스템상 소득 하위 50% 또는 80%를 구분해 지급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코로나 사태 때도 당초 하위 80% 선별 지급 얘기가 나왔지만 전산인프라 미비와 행정력 부족 등으로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2차 재난지원금부터는 선별지원으로 바꿨지만 소득 기준이 아닌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업종을 대상으로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프라 구축에만 수십 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향후를 대비해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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