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 시즌이 점차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올 시즌 성적이 부진했던 팀을 향해서는 감독 교체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성적이 좋은 팀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팀도 반드시 존재하기에 많은 감독들이 변화의 바람 앞에 놓여 있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팀이 많을수록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무직' 감독들의 인기는 올라간다. 특정한 팀에 소속된 감독을 모셔오는 일은 상당히 고된 작업인 반면 감독직에서 잠시 물러난 감독과는 접촉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무직 감독 중에 가장 이름값이 있는 감독은 단연 루이스 엔리케다. FC 바르셀로나 B팀의 감독으로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엔리케는 AS 로마와 셀타 비고를 거쳐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1군 팀의 지휘봉을 잡고 만개했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유수의 클럽들의 레이더망 중심에는 엔리케가 있다.

'트레블'의 장본인

 바르셀로나의 감독 루이스 엔리케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FC바르셀로나 시절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 ⓒ EPA/ 연합뉴스


현재 엔리케를 원한다고 알려진 클럽은 크게 두 팀 정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프랑스 리그1의 절대 강자 파리 생제르망이다. 두 팀 모두 아직 시즌이 2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있는 클럽은 첼시다. 지난 12일 한 스페인 언론은 올 시즌 종료 후 엔리케가 첼시의 감독으로 부임할 것이라고 알렸다. 첼시의 현 감독인 안토니오 콘테의 후임자로 엔리케가 꾸준히 언급되었기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첼시가 엔리케는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팀의 사령탑으로 앉아 있는 감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지난 시즌 팀에게 리그 트로피를 안겨준 콘테 감독은 올 시즌에는 선수들과 불화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에이스' 에당 아자르와 관계가 좋지 못하다. 또한 현재 리그 5위로 성적도 부진하다. 첼시와 콘테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다.

한편 첼시는 언제나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길 열망한다. 마침 쉬고 있는 엔리케에게는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4년 여름 바르사의 감독으로 부임한 엔리케는 첫 시즌부터 '트레블'을 달성했다. 엔리케의 지휘 아래 바르사는 유럽 축구 역사상 최초로 두 번의 트레블을 달성한 클럽이 됐다.

트레블에 이어 UEFA 슈퍼컵과 FIFA 클럽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엔리케는 2015년에만 5개의 트로피를 바르사에 선물했다. 두 번째 시즌에는 리그와 국왕컵 우승을 동시에 달성했고, 세 번째 시즌에는 국왕컵 정상에 올랐다. 바르사 감독 부임 3시즌간 엔리케가 가져온 트로피는 무려 8개에 달한다. 같은 시기 엔리케보다 많은 우승을 경험한 지도자는 전무하다. 결과가 중요한 프로의 세계에서 엔리케가 쟁취한 우승의 숫자는 그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적절한 임무 부여와 선수 배치

엔리케의 화려한 업적에는 항상 꼬리표처럼 'MSN'이 따라다닌다. 전술적인 능력은 빈약함에도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를 한꺼번에 보유한 강력한 전력만으로 엔리케가 성공을 거뒀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많은 부분에서 MSN에 힘을 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엔리케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다수의 스타들이 집합한 팀이 무너진 경우는 무수히 많다. 그 유명했던 '갈락티코 1기'도 성적은 한참 기대 이하였고, 엔리케를 노리는 지금의 파리도 선수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엔리케는 달랐다. MSN 각각의 선수에게 정확한 역할을 부여해 불협화음을 조기에 차단했다. 메시에게는 득점과 공격 작업 지휘를 맡겼고, 수아레스에게는 라인 브래이킹에 의한 골사냥 임무를 부여했다. 네아마르는 왼쪽 측면의 돌격 대장이었다. 어떤 팀에서든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세 선수는 불만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엔리케 체재에서 바르사는 '행복셀로나'로 불렸다.

MSN과 비교하긴 아직 무리지만 첼시의 공격진도 충분히 무게감이 있다. 아자르는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가 끝나면 발롱도르를 노릴 수 있는 인물이다. 풍부한 경험의 페드로 로드리게스와 치명적인 속도와 기술을 겸비한 윌리안도 보유하고 있다. 최전방에는 알바로 모라타와 올리비에 지루라는 무기도 있다.

공격진 간의 시너지 효과만 이끌어 낸다면 유럽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는 공격진이다. 실제로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바르사를 상대로 나선 페드로-아자르-윌리안 조합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유럽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바르사도 첼시의 쓰리톱을 상대로 속수무책이었다.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면서 기술적인 세 선수의 협공에 바르사는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MSN이라는 역대급 트리오를 탄생시킨 엔리케의 손에 첼시는 좋은 재료들을 제공할 수 있다.

엔리케가 가진 선수들을 적시적소에 배치하는 능력도 첼시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엔리케는 바르사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웠던 이반 라키티치를 팀을 위해 헌신하는 '하드워커(hardworker)'로 변모시켰고, 중앙 미드필더 세르지 로베르토는 오른쪽 풀백에 안착시켰다. 덕분에 라키티치는 바르사의 엔진이 됐고 로베르토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풀백으로 성장했다.

현재 첼시에도 자신에게 꼭 맞는 포지션을 찾길 원하는 선수가 다수 있다. 로스 바클리, 티에무에 바카요코 등 능력은 있지만 자기 포지션이 애매한 선수들이 꽤 많다. 젊고 유망한 선수가 많기에 엔리케가 첼시에서도 능력을 보여준다면 첼시 선수단은 화려한 선수단이 될 잠재력이 있다.

동시에 엔리케는 자신이 가진 전술적인 약점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의외로 변칙적인 전술을 활용하는데는 능하지만 강력한 '플랜 A'를 대체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데 미흡하다. 또한 경기 중에 상대와 상황에 따라 빠르게 전술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이 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첼시 감독으로 부임하더라도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첼시가 엔리케를 선택할지는 확실치 않다. 엔리케가 첼시의 제안을 받아드릴지도 미지수다. 다만 많은 클럽들이 원하는 엔리케가 과연 어디로 향할지, 향한 곳에서 다시 한 번 영광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는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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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첼시 콘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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