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벙어리] 홀아비의 필수품.
옥수수 대궁 효자손.
어렸을 적 고향에서 옥수수를 쪄먹고 대궁을 말렸다가 싸리가지에 꽂아서 등허리를
긁고는 했지요. 특히 등허리를 긁어줄 옆지기(남편, 아내)가 없는 어르신들께는 필
수품이었지요. 옛날 생각을 하면서 작년가을 찐 옥수수를 먹고 대궁을 잘 보관했는
데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서 세탁소에서 주는 옷걸이 철사를 잘라 끼워봤습니다.
옥수수 효자손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옷 속으로 넣어 등허리를 긁는데 까칠까칠
한 게 시원하다 못해 아픕니다.
나 어릴 적 할머니가 계셨는데도 할아버지는 꼭 손자인 내게 등허리를 내밀고는 하셨
는데, 된장찌게 보글보글 끓는 화로 앞에서 어린 손자에게 등허리 좀 긁어라 하시며
웃옷을 올리시면 조막만한 손으로 긁는 게 시원찮으시던지 옥수수 대궁을 등허리 속에
넣고 긁적긁적하시던 할아버지 생각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옵니다. 머리는 호호백발에
한겨울에 눈이 내려앉은 듯 눈썹도 새하얗고 수염이 참으로 근사했던 할아버지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