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지수> 관련 이미지.

영화 <미지수> 관련 이미지. ⓒ 인디스토리


 
 
여기 각자 다른 사연이 있는 다섯 사람이 있다. 나이도 처한 상황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 하나가 있다면 모두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슬픔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남자친구이자 어떤 사업장의 아르바이트 직원이었고,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존재가 어느 순간 사라졌을 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오는 5월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미지수>는 그 남겨진 사람들 이야기다. 큰 상실감과 무력감에 빠진 이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고, 종종 환청을 겪기도 한다.
 
크게는 두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는 우주, 그런 우주를 가엾게 대하면서 끊임없이 현실인 듯 아닌 듯한 삶을 살아가는 지수로부터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멜로 장르 같다. 또한 영화에선 교차 편집으로 치킨집을 운영하는 부부 기완과 인선이 등장하며, 뒤이어 아들을 잃은 엄마 신애의 사연이 나온다.
 
지수와 기완-인선 부부, 신애를 관통하는 인물이 바로 우주다. 누군가를 실수로 죽인 남자친구이자 작은 치킨집의 배달 아르바이트생이었으며, 누군가의 아들인 우주는 영화에서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모호하게 묘사된다.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주를 추억하거나 소환하는데 감독은 이를 우주선과 우주인이라는 SF적 요소를 가미해 제법 판타지스럽게 묘사한다.

애도와 위로 사이에서
  
 영화 <미지수> 관련 이미지.

영화 <미지수> 관련 이미지. ⓒ 인디스토리


  
 영화 <미지수>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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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지수>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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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주라는 존재의 부재가 모든 캐릭터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자세한 사연이나 과거가 등장하지만 않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우주는 모두에게 소중한 존재였음은 자명해진다.
 
멜로와 SF, 혹은 액션 스릴러적 기법을 가미한 <미지수>는 정확히는 애도와 위로에 관한 작품이다. 한없이 슬프고 어둡게 표현할 수도 있었으나 제법 발랄한 분위기와 엉뚱함도 있다. 물론 특정 개인에 국한한 닫힌 이야기도 아니다. 누리호 2차 발사, 그리고 여러 사회적 참사를 연상시키는 설정에서 우리는 의도치 않게 그리고 대부분이 경험했을 법한 상실감을 떠올리게 된다.

연출을 맡은 이돈구 감독은 실제 본인이 겪은 커다란 슬픔을 기반 삼아 이야기를 완성했다. <가시꽃>(2013) <현기증>(2014) <팡파레>(2020), <봄날>(2022) 등 꽤 강렬한 장르 안에서 서사를 이어온 그가 이번만큼은 힘을 뺀 채 판타지와 멜로라는 당의정을 입힌 이야기로 관객과 만난다. 분절되어 있는 이야기 구조는 마찬가지로 분절된 각 개인을 은유하면서, 동시에 이를 관통하는 슬픔의 정서와 특정 인물은 우리가 어떻게 애도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진다.
 
한국 독립영화 및 영화산업에서 이돈구 감독은 소중한 이야기꾼이다. 기성 문법에 갇히지 않고 꾸준히 변주하는 그의 뚝심에 2024년 관객들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영화 <미지수>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이돈구
출연: 권잎새, 반시온, 박종환, 양조아, 그리고 윤유선
제작: DK FILM
배급: ㈜인디스토리
러닝타임: 70분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4년 5월 8일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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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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